위기에서 평화로 :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질서

인사말

안녕하십니까?
한국일보 사장 이준희 입니다.

최근 수십 년 간 일찍이 없던 대변혁의 기운이 한반도를 휘감고 있습니다. 전쟁위기감이 최고조까지 치달았던 올 초까지 어느 누구도 감히 예상치 못했던 드라마틱한 대반전입니다.

10여년만의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사상 초유의 북미정상회담이 예고돼 있습니다. 여기에서 실로 구체적인 변혁의 단초가 확인된다면, 아마 그 이후에는 한반도 주변 관련국들의 복잡한 이해를 건 연쇄 정상·실무회담의 장이 숨 가쁘게 펼쳐질 것입니다.

세계의 화약고로 상시 불안하게 여겨지던 한반도가 처음으로 안정적인 평화·공존의 시대로 접어들게 될지, 나아가 낡은 동서냉전 시대의 마지막 상징이 제거됨으로써 새로운 세계질서가 열리는 계기가 될지, 그 운명을 가르는 대역사가 지금 시작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인의 시선은 올 한해 내내 한반도에 꽂힐 것입니다.

그러나 다들 아시다시피 과거의 오랜 경험은 낙관적인 전망에 취해 해빙무드를 즐기게 놓아두지 않습니다. 만약 올해 극적인 한반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한다면 선택지는 거의 남아있지 않게 될 것입니다.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위기상황으로 돌입할 것이며, 이는 한반도는 물론 주변국에게도 감당하기 힘든 재앙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지 어렵게 잡은 이 기회를 흘려보내지 말아야 합니다. 더 이상은 긴장과 불안의 과거로 역류하지 않게 평화와 공존의 새로운 체제를 어떻게든 한반도에 정착시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다양한 위험요소를 보다 냉정하고도 치밀하게 점검하고 여러 가능한 상황에 대비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번 한국포럼 주제를 ‘위기에서 평화로 :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질서’로 잡은 이유입니다.

부연해 설명 드리자면, 한국포럼은 국내 유일의 중도 정통언론임을 자부하는 저희 한국일보가 매년 가을의 ‘차이나포럼’과 함께, 봄에 개최하는 양대 연례 국제포럼 중 하나입니다. 워낙 큰 행사로 상당한 준비기간이 필요한 만큼 사실 지난 연말부터 ‘문재인 정부 1년: 소득주도 성장, 지속 가능한가’를 힘써 준비해왔습니다. 그러나 남북, 북미정상회담의 돌연한 성사로 한반도 정세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불과 한 달 전, 이미 확정된 모든 것을 버리고 주제를 전면 수정하는 모험을 감행했습니다. 시간이 아무리 급하고 어려워도 당대의 가장 절박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것이 대표 언론사로서의 마땅한 책무라고 생각한 때문입니다.

턱 없이 짧은 준비 기간임에도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및 세계정세에 가장 정통한 국내외 최고 명망가, 석학들과 함께 북한 핵 협상 6자회담에 직접 참가했던 전·현직 관료들을 모시고 그 어느 때보다 내실 있는 포럼 진용을 구성했습니다.

11년 만에 열린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이 역사적 대전환기에 가장 화급한 주제로 열리는 거의 유일한 대형포럼입니다. 어렵게 만든 자리인 만큼, 포럼 참여자와 청중 모두가 지혜를 모아 한반도와 동북아의 진정한 봄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의미 큰 행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5월